인간만을 위한 땅이 아니다
– 반달가슴곰의 통행권을 보장하라!
5월 22일은 ‘생물 다양성의 날’이다. 1992년 국제연합(UN)은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유전자원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한 배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조약 ‘생물 다양성 협약(UNCBD)’을 채택하였다. 생물다양성은 생물의 개체수와 함께 다양한 종, 또 그들이 살 수 있는 안정적 서식처인 생태계를 포함한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10월 3일에 154번째 ‘생물 다양성 협약’ 회원국으로 가입하였고, 5월 22일을 ‘생물 다양성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 다양성 협약’에 가입한지 25년이 지난 우리나라는 생물 다양성에 접근하는 방식은 여전히 초보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생물 다양성’이란 말 자체가 낯설고, 정부의 생물 다양성을 위한 노력은 일천하다. 이는 멸종위기야생동물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한지 15년이 흘렀지만 안정적 서식지 확보, 지역사회 협력 등이 놀라울 정도로 답보 상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반달가슴곰 KM-53(이하 KM-53)은 지리산을 떠나 다른 삶터를 찾아 떠나던 중 통영대전고속도로(함양분기점에서 생초나들목 방향)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지난 5월 5일에 있었던 일이다. 도로 천국 대한민국에서 야생동물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야 너무 흔한 일이지만, KM-53의 교통사고는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KM-53은 지난해에도 그 주변으로 두 차례나 이동했었고, 그 주변을 다시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생태통로, 안내판, 주의방송 등에 대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하 우리)은 우리 사회가 인간 아닌 다른 생명들과 함께 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인간 또한 안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생물 다양성은 언어가 아니라 현장의 구체적인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KM-53의 교통사고는 그 변화를 지금 당장 실천하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KM-53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토교통부는 도로계획 전반을 재검토하여 야생동물의 이동을 보장하고 도로의 친환경성을 높여라! 대한민국의 환경부는 생물 다양성에 대한 인식 증진과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정부 부처, 지자체, 지역주민, 시민사회, 연구자 등과의 협력에 좀 더 힘써라!!’
우리는 ‘생물 다양성의 날’을 맞이하여, 이 땅과 바다가 우리만을 위한 땅과 바다가 아님을, 그곳에 깃들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과 함께 공유하고, 공존해야할 공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붙임 : 생물다양성의날을 맞이하여 반달가슴곰 KM-53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생초나들목 근처에서 진행된 반달가슴곰 통행권 보장 현수막 시위 사진, 반달가슴곰 1인 시위 사진
2018년 5월 22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물어보기 : 윤주옥 이사(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010-4686-6547
정인철 사무국장(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010-5490-1365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