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수도산 방사, 서두를 일이 아니다
– 지리산 외 지역에 반달가슴곰의 새로운 개체군 형성에 대한 우리의 입장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이하 우리)은 어제(9월 7일), 환경부가 올해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새끼 반달가슴곰 3마리를 다음 달 경북 김천시 수도산 일대에 시험 방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환경부는 지리산 내에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수용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서식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우선 환경부가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를 지리산을 넘어 한반도 전체로 확대한 것을 환영한다. 그 이유는 환경부가 2004년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안정적 서식환경 조성보다는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 증가에만 몰두한 것을 반성하는 것이며, 또한 지리산을 포함한 한반도 남쪽에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리산 외 지역에 반달가슴곰의 새로운 개체군을 형성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달가슴곰 KM-53(이하 반달곰KM53)이 수도산에서 발견된 2017년 이후, 환경부는 반달곰KM53 모니터링, 공존문화 확산, 지역사회 협력 등을 위한 조직과 인력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지리산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의 인력과 예산으로 버텨왔다. 2019년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지리산권 주민들은 지리산도 반달가슴곰 개체수가 60여 마리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어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한데, 지리산권의 인력과 예산을 빼가는 것이 자칫 안전에 위험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내년에도 개선될 것 같지 않다. 환경부가 2020년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 운영 예산으로 확보했다는 7억7천1백만원(2019 김천 미래환경 심포지엄 발표자료집 23쪽)의 쓰임새가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 증가 및 서식지 확대에 따른 지역주민과 반달곰의 피해 방지’이기 때문이다. 2020년 확보된 예산은 인명피해 방지 용품과 현수막 제작 보급, 홍보영상 제작, 교육팀 운영, 불법엽구 수거, 무인안내방송 장비 설치 등에 사용되며, 반달가슴곰이 1회 이상 출현한, 출현이 예상되는 김천, 장수 등 18개 지자체에 해당되는 금액이라고 한다.
‘지리산 외 지역에 반달가슴곰의 새로운 개체군 형성’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 등에 대한 예산은 단 1원도 없는 것이다. 결국 환경부는 지금처럼 지리산권의 조직과 인력으로 수도산 일대에 방사 예정인반달가슴곰을 관리하겠다는 말이다. 환경부는 ‘시험 방사’ 라는 모호한 단어를 갖다 붙이며 너무나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금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필요한 일은 시험 방사가 아니라 반달가슴곰의 새로운 개체군 형성에 적합한 지역이 어디인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또한 국토의 생태적 연결성 확보, 생태통로 추가설치, 대대적인 불법엽구 수거 등을 통한 서식환경 개선, 야생동물과의 공존 문화 조성, 지역주민과의 공존 대책 마련, 농산촌 주민과 탐방객에 대한 피해방지 대책 등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대상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나가고, 정부 부처, 특히 산림청과 지자체,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협력해야 한다.
반달가슴곰은 모두의 예측을 벗어나 2008년부터 지리산권을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2017년에는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되었고, 최근에는 장수(2019년 8월 19일 신창현 국회의원 발표), 곡성 등에 출현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의 새로운 개체군 형성은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수도산을 포함한 지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절대 급하게 서두를 일은 아니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한 지리산이 국립공원이라 기본적인 관리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고 해결해야 할 난제가 있지만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 그 의미를 살려나가고 있다. 반달가슴곰 덕분에, 인간 중심적인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하고 있으며, 야생동물과 공존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 시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지리산 외 지역에 반달가슴곰의 새로운 개체군 형성, 야생동물과의 공존 노력,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그러한 만큼 반달가슴곰의 새로운 개체군 형성은 더 차분히, 충분히 검토되길 바란다. 오늘도 새로운 삶터를 찾아 지리산 밖으로 나가는 반달가슴곰을 응원하며, 반달가슴곰과 인간 모두가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나갔으면 한다.
2019년 9월 8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물어보기 : 윤주옥 이사(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010-4686-6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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